- 딱딱한 철학은 없다… 렌즈 깎던 철학자 스피노자가 건네는 가장 실용적인 위로 평범한 직장인, 현자로 변모하다

제목은 ‘고맙소! 스피노자 형’(북랩)으로, ‘평범한 직장인, 현자로 변모하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렇다. 스피노자가 철학자니 철학을 논하는 책이 맞다. 그러나 딱딱하리라고 지레 겁을 집어먹을 필요는 없다. 쓰디 쓴 인내는 저자의 몫이고, 열매만 독자의 것이다.
저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유대인인 스피노자의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언어를 매일 꼭꼭 씹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번역 문장 특유의 모호함까지 겹쳐져 수수께끼 같던 문장에서 서서히 안개가 걷혔다. 그는 스피노자가 마치 그의 귀에 모국어를 속삭이는 것처럼 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저자는 스스로 힘들게 깨치고 일상에 적용해 경험한 스피노자의 가르침을 더할 수 없이 평이한 그만의 친근한 말투로 독자에게 풀어 놓는다. 저자의 화법에 빠져들다 보면 쇼츠 영상에 길든 독자라도 지루할 틈 없이 책의 나머지 부피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걸 느끼고 스스로 놀라게 될 것이다.
저자는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고 한 가지 장치를 더했다. 영국의 저명한 소설가 제프 다이어처럼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뒤섞은 것이다. 그는 삶에 지쳐 허덕이다 우연히 서점에서 스피노자를 만나 변모해가는 쉰다섯 살의 중년 남자를 화자로 설정했다. 이 중년 남자는 스피노자의 가르침을 일상에 적용해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와 평안을 안겨주는 현자로 변모한다. 인간에게는 인간이 가장 유용하다는 스피노자의 가르침 그대로, 그의 글을 읽노라면 마치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보며 부처의 가르침에 다가가듯이 스피노자의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철학은 크게 세 가지 질문과 답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이 광대한 우주와 그 속의 자연, 그리고 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가 첫 번째다. 그리고 ‘살면서 질풍노도처럼 닥쳐드는 생노병사와 감정의 기복을 어떻게 다스려 나갈까’가 두 번째 질문이다. 이어 ‘치열하게 이런 질문을 던져 얻은 답을 가정과 직장, 그리고 기타 등등의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가 마지막 질문과 답이다.
마흔네 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요절한 스피노자의 길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쓰라린 시련은 아마도 유대교회에서 파문당한 일일 것이다. 당시 겨우 스물세 살이었던 이 젊은 철학도에게 내린 교회의 판결문은 가혹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하다. 판결문은 그에게 온갖 저주를 퍼붓고도 분이 안 풀렸는지 누구도 그와 얘기해서도, 서신을 주고받아서도, 한지붕 아래 있어서도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교회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시절 스피노자가 어떤 고통을 받았을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하지만 그는 신이 나와 동떨어진, 심판하고 응징하는 지고의 존재가 아니라 우주와 자연에, 그리고 나 자신에 깃든 법칙이란 신념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그는 교회와 대립하지 말라는 조건이 마음에 걸려 대학교수직도 마다하고 렌즈를 깎아 생계를 꾸리다가 분진에 폐를 상해 요절하고 말았다.
시련이 혹독했던 만큼 그의 우주관, 신관에 따른 사상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하다. 목숨을 걸었던 만큼 공허하지 않고 실용적이다. 초월적인 존재에 기대지 않고 내 안에 깃든 지성의 위대함을 굳게 믿는다.
이 책의 화자는 2년여에 걸쳐 스피노자의 책을 스승으로 삼아 조금씩 변모해간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당신, 선배님, 자네 정말 많이 많이 변했네’라는 말이다. 평화롭고 온화해 보인다는 말도 화자는 많이 듣는다.
이 책을 읽어 갑자기 업무능력이 향상되거나 대인관계에 능수능란해지거나 하다못해 운이라도 따르기를 바란다면 기대를 접기 바란다. 다만 감정의 노예가 되지 않고, 두려움에 지배당하지 않고,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과거의 상처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고 싶지 않다면 부디 이 책을 가까이 두기를 권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씩 조금씩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 저자가 이 짧지 않은 책을 쓰는 노고를 아끼지 않은 까닭이다.
북랩 소개
2004년 설립된 북랩은 지금까지 8000종이 넘는 도서를 출간하며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맞춰 새로운 출판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있다. 출판포털과 주문형 출판장비(POD)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고 원하는 독자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퍼블리싱 서포터스(Publishing Supporters) 기업이다.
언론연락처: 북랩 출판사업부 손일수 팀장 02-2026-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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